
같은 장소에서 찍었는데 사진마다 색이 달랐던 날
실내에서 촬영을 시작한 시간은 오후 늦은 시각이었다. 창문은 하나였고, 커튼은 절반 정도만 열려 있었다. 조명은 천장에 고정된 등 하나뿐이었다. 첫 컷을 찍고 화면을 확인했을 때 색은 안정적으로 보였다. 조금 뒤 각도를 바꿔 다시 찍었고, 그 다음엔 위치를 반 걸음 옮겼다. 촬영 내내 장소는 같았고 조명도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파일을 나란히 열어보니 사진마다 색이 달랐다. 어떤 컷은 따뜻했고, 어떤 컷은 차가웠다. 같은 공간이라는 전제가 결과에서 무너진 상태였다.
첫 판단은 공간이 같다는 사실이었다
촬영 당시 기준은 단순했다. 장소가 같고 조명이 같으니 색도 같을 것이라고 봤다. 화면에서 크게 어색하지 않으면 넘어갔다. 색의 기준은 눈으로 보이는 공간 자체였고, 카메라가 그걸 그대로 기록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간중간 화면을 확인하면서도 색을 비교하지 않았다. 각 컷을 독립적으로만 봤고, 이전 컷과 나란히 두고 판단하지 않았다.
이 판단이 위험했던 이유는 나중에 드러났다. 실제로는 같은 공간이라도 빛의 비율은 계속 달라지고 있었고, 카메라는 그때그때 다른 기준으로 색을 해석하고 있었다. 촬영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차이가, 파일을 한 번에 열어놓고 나서야 드러났다.
비슷한 조건이 겹치면 생기는 오판
자연광과 실내 조명이 동시에 있는 공간에서는 색이 고정돼 있다고 느끼기 쉽다. 창문이 하나뿐이고 빛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색도 안정적일 거라고 판단하게 된다. 여기에 자동 설정을 쓰고 있으면, 카메라가 알아서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또 하나는 촬영 간격이다. 컷과 컷 사이 시간이 짧으면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 같은 구도, 같은 피사체, 같은 위치라는 조건이 겹치면 색까지 같을 거라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이 조건들이 동시에 존재할수록, 오히려 미세한 차이를 놓치기 쉬워진다.
기준이 바뀐 계기는 비교 방식이었다
이후부터는 색을 판단하는 기준이 공간이 아니라 결과물 사이의 관계로 이동했다. 이전에는 한 장씩 보며 이상이 없는지만 확인했다면, 이후에는 반드시 두 장 이상을 나란히 열어봤다. 색이 맞는지 아닌지를 단독으로 판단하지 않고, 서로 간 차이가 있는지를 먼저 봤다.
기준이 바뀌자 같은 장소라는 사실은 판단의 출발점이 아니라, 오히려 의심해야 할 조건이 됐다. 공간이 같다는 이유로 색이 같을 거라고 가정하지 않게 됐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 기준
자연광과 인공 조명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는 색의 일관성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 조건이 보이면, 각 컷의 색을 독립적으로 보지 않고 반드시 나란히 비교한다.
촬영 중 위치나 각도가 조금이라도 바뀌었다면, 공간이 같아도 색 기준은 초기화한다. 이 조건이 하나라도 포함되면, 이전 컷의 색을 기준 삼는 판단은 피하는 쪽이 낫다.

다음에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
이후 같은 공간에서 촬영을 하게 되면, 장소를 보기 전에 파일들을 먼저 나란히 연다. 색이 맞는지 틀린지를 단정하기보다는, 어떤 컷이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먼저 본다. 공간은 변하지 않아도 판단 기준은 계속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촬영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