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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를 신경 썼는데 사진이 더 답답해 보였던 경험

by goodnewreader 2026. 1. 8.

구도를 신경 썼는데 사진이 더 답답해 보였던 경험

실내에서 작은 물건을 촬영하던 날이었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주변을 정리한 뒤, 화면 안에 불필요한 요소가 들어오지 않도록 프레임을 여러 번 조정했다. 좌우 여백을 맞추고, 피사체가 중앙에서 벗어나지 않게 위치를 고정했다. 촬영할 때마다 화면을 확인했고, 구도가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점을 기준으로 다음 컷으로 넘어갔다. 촬영을 마친 뒤 집에서 사진을 다시 열었을 때, 문제는 분명했다. 사진은 정돈돼 있었지만 시선이 막혀 있었고, 보는 순간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구도를 신경 쓴 결과가 오히려 답답함으로 남아 있었다.

첫 판단은 프레임 안에 넣는 것이었다

당시 기준은 단순했다. 피사체가 프레임 안에서 흔들리지 않고, 균형이 맞아 보이면 충분하다고 봤다. 화면 가장자리로 잘린 요소가 없고, 중심이 틀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구도가 잘 잡혔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의 근거는 화면 안의 배치뿐이었고, 시선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 기준이 위험했던 이유는 나중에 드러났다. 프레임 안을 채우는 데 집중하다 보니 여백이 사라졌고, 피사체가 놓일 자리가 아니라 눌려 있는 상태가 됐다. 구도가 안정적이라는 판단이, 결과적으로는 답답함을 키우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조건이 겹칠수록 생기는 공통 오판

피사체가 작고 주변이 단순한 상황에서는 프레임을 꽉 채우는 쪽으로 판단이 기운다. 빈 공간이 보이면 정리가 덜 된 것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조금씩 더 가까이 당기게 된다. 여기에 중앙 배치를 선호하는 기준까지 겹치면, 화면은 점점 조여진다.

또 하나는 촬영 대상이 움직이지 않을 때다. 변화가 없으니 구도도 고정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조건들이 동시에 맞물리면, 화면 안에 남겨둬야 할 여백까지 불필요한 요소로 판단하기 쉽다.

판단 기준이 바뀐 계기

이후부터는 구도를 볼 때, 프레임 안에 무엇이 있는지보다 무엇이 빠져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됐다. 이전에는 채워졌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면, 이후에는 시선이 머무를 공간이 남아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구도가 맞는지 틀린지를 단독으로 판단하지 않고, 화면을 잠시 보고 난 뒤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기준이 바뀌자 중앙에 놓여 있던 피사체도 다시 의심하게 됐다. 중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정적이라고 판단하지 않게 됐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 기준

정적인 피사체를 촬영할 때는 프레임을 채우기보다 여백의 크기를 먼저 본다. 화면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조건이 하나라도 보이면, 구도를 더 조이는 선택은 피하는 쪽으로 판단한다.

정리가 잘 된 공간일수록 화면 안을 비워두는 선택을 우선한다. 이 조건에서는 구도가 흔들려 보이는 것보다, 시선이 막히는 쪽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다음에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이후 비슷한 촬영 상황이 오면, 프레임을 맞추기 전에 화면을 잠시 그대로 둔다. 그 상태에서 시선이 어디서 멈추는지를 먼저 본다. 구도가 맞는지를 판단하기보다, 왜 답답해 보이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이제는 채울지 말지를 결정하는 순서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